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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03 22:17
[경향신문-시대의 창](2016.8.11) -개와 소는 다르다
 글쓴이 : 남지
조회 : 36  
[시대의 창]개와 소는 다르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 : 2016.08.11 21:03:02 수정 : 2016.08.11 21:13:30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역시 이번에도 불씨는 바다 건너에서 날아왔다. 한국 정부에 개고기 거래 금지를 촉구해달라는 시민 청원이 영국 의회에 접수됐고, 여기 서명한 사람이 1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서양인들이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간섭하고 나선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라진 게 있다. 국내 동물복지 관련 시민단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화감독 임순례씨가 대표로 있는 카라(KARA)는 최근 ‘개식용 종식을 위한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본격적 공론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 외국의 비난이 일면 ‘전통음식문화’ ‘문화상대주의’를 내세워 부당한 간섭으로 내치기만 했다. 개고기 식용 자체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는 늘 뒷전이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반려인구가 천만명에 육박하는데 여전히 매년 2백만마리의 개가 도살되는 현실을 내버려 둘 거냐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외국의 간섭과 별개로 이제 우리 스스로 개고기 식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개식용 문화는 선사시대부터 지구촌 곳곳에 있었지만,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곳은 주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이다. 대만, 필리핀, 태국은 최근 개도살을 불법화했고, 우리나라를 포함, 중국, 베트남 등 3개국만이 불법화를 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개도살에 대한 정서적 거부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이 지구촌을 하나의 소통단위로 엮어 놓은 상황에서 개도살을 유지하면 국가이미지는 나빠지고, 유무형의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법화의 이유보다 불법화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게 합당할 듯싶다.


“개를 먹는 것과 소나 돼지를 먹는 것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식용개와 애완견은 구별해야 한다.” “소나 돼지는 먹으면서 개는 안 된다는 건 불공평하다.” 인터넷 댓글에 나타난 개고기 식용문화 유지 주장의 논거들이다. 이 주장들을 관통하는 생각은 개를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상대로 보지 않고 가축의 하나로 전제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은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개는 선사시대부터 인간과 깊은 친밀성의 관계를 맺어왔다. 어느 누군가의 표현에 따르면, 개는 자발적으로 인간을 찾아 길들여진 “인간의 친구”이고, 소나 돼지는 그보다 늦게 인간에게 잡혀 가축의 신세가 된 “인간의 포로”이다. 둘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개를 도살해서 고기로 환원시키는 것은 인간과 개가 맺은 집단적 관계에 대한 부정이다.


동물도살의 일반적인 옳고 그름의 관점에서 보면 소와 개의 도살은 차이가 없다. 이 경우 윤리적 문제는 도살에 있지 어떤 동물 여부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고기를 먹겠다면 어떤 동물의 고기를 먹든 윤리적으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개고기 식용 논란은 동물도살 일반에 대한 윤리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과 개의 관계를 인간이 어떻게 해석하고 만들어 가느냐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다. 질문의 핵심은 “개를 먹으면 안 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개는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이다. 개와 인간의 문제를 넘어 개를 사이에 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소통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옳다는 얘기다.


개식용이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던 과거에도 집에서 기르던 개는 잡아먹지 않았다. 개와 맺은 관계를 부정하는 행위가 마음의 부담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개식용 사실 자체로 상처받는 반려인구가 점점 늘어난다. 개고기 식용이 개에 대한 폭력일 뿐 아니라 동시대인에 대한 폭력이 될 수도 있는 시대다. 물론 그와 정반대의 폭력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개인의 취향으로 인정받던 개식용 습관이 하루아침에 미개하고 야만적인 습성으로 경멸의 대상이 되는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최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가족이 한 인터뷰에서 개식용 사실을 밝히자 한 여배우의 가족이 격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물의를 빚은 사실을 떠올려보라. 이걸 한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있을까? 이제 개도살은 서양인과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풀지 않으면 사회적 불화의 씨앗이 될 나와 이웃의 문제가 돼 버렸다.


나는 개를 먹지도 기르지도 않지만, ‘개식용’ 습관과 ‘개반려’ 습관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면 전자를 택할 것 같다. 음식은 대체 가능하고 관계는 대체가 어려울 것 같기 때문이다. “식용개와 애완견을 구별하면 둘 다 가능하다”고요? “그런 생각이 암세포처럼 증식해서 사람에게 적용되면서 인종주의가 나타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나는 개식용을 불법화하자는 주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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