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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03 22:46
[매일신문-소리와 울림](2016.6.2)- 무시
 글쓴이 : 남지
조회 : 49  
[소리와 울림] 무시

 최근 대구에서 일어난 건설사 사장 살인사건의 범인은 그 회사의 이사였다. 그는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사장이 나를 무시했기 때문에 죽였다”고 말했다. 이보다 한참 전에 호남지역에서 일어난 장례식장 친구 살인사건의 동기는 “무시하고 모멸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들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살인의 동기로 ‘무시’란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특히 ‘묻지 마 살인’의 가해자들은 하나같이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지금 한창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강남역 화장실 살인’ 가해자도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무시당한 것이 결코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무시’가 살인의 동기로 거듭 언급되는 현실은 뭘 말하는가?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일상 대화에서 이렇게 가볍게 감정을 표현하던 말 ‘무시’는 어떻게 살인의 동기가 되었을까?

“사람은 의견이 거부당하는 건 참아도 취향이 무시당하는 건 못 참는다”는 서양격언이 있다. 의견은 지성의 한 부분이지만 취향은 고유한 정체성 자체이기 때문이다. “넌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게을리해서 성적이 안 좋다”는 말보다 “넌 머리는 나쁜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우수하다”는 말이 은근히 더 기분 나쁜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어떤 여성의 말에 대한 가장 불쾌한 응답도 “여자가 감히 어디 나서”라는 전형적인 무시의 언사이다. 무시는 상대를 나와 동등한 인격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무시당한 사람은 인격체로서 자존감이 훼손당하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감정이 모멸감이다. 모멸감은 자신의 존재가 뿌리까지 송두리째 뽑혀 버려지는 느낌이다. 이보다 더 불쾌할 일도 없다.

무시가 만연한 사회는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다. 무시는 차별적인 사회구조가 개인 차원에서 드러나는 증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신분제 사회를 떠올려보라. 조선시대 양반은 평민을 단지 타고난 혈통을 이유로 아무 거리낌 없이 무시했다. 신분이라는 차별적 구조가 법이고 규범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은 신분제가 사라졌지만, 인종이 달라서, 여자라서, 학벌이 없어서, 가난해서, 장애인이어서…, 기타 등등의 부당한 이유로 가해지는 차별이 여전하다. 최근 서울 한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가 경비원에게 “감히 종놈이…”라는 모욕적 발언을 한 것도 사회문화적 차별 구조가 여전함을 말해준다. 무시는 이 차별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경험하는 무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평소 어떤 이유로 남을 무시하던 사람이 같은 이유로 무시당하면 더 분개한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무시에 대한 대응태도를 결정하는데 핵심적인 변수는 무시가 사회적 차별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 여부이다. 무시를 불러오는 차별 구조에 동의하거나 순응해서 무시하는 자리를 욕망했다 무시당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자기 모멸에 빠지기 쉽다. 이런 심리상태는 자학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맹목적 적의로 나아가 자살이나 ‘묻지 마 살인’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무시를 부당한 사회적 차별로 인식하면 지금 눈앞의 무시에 발끈하기보다 차별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느긋한 태도를 갖게 된다. “감히 종놈이…”라는 무시에 경비원은 “지금이 조선시대입니까?”라고 대꾸했다. 무시하는 자의 차별적 의식을 무시하는 것은 무시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대응이다.

무시의 반대는 ‘인정’이다. 인정은 상대를 인격적 주체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한 인간이 인격체로 성장하려면 성장기 가족 및 친구관계에서의 정서적 인정, 정당한 권리 주체임을 보장하는 법적 인정, 기여와 능력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필수적이다. 정당하게 인정받는 사람이 범죄자가 되진 않는다. 일상에서 무시를 멈추고 상대를 인정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묻지 마 살인’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남재일 경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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