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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03 23:14
[경향신문-시대의 창](2016.5.19)- 선물과 '김영란법'
 글쓴이 : 남지
조회 : 40  
[시대의 창]선물과 ‘김영란법’
남재일 |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스승의날이 되면 학생들이 이런저런 선물을 들고 찾아온다. 모두 소액 물품이다. 그런데도 받기 불편한 선물이 종종 있다. 가장 마음이 불편한 선물은 재학 중인 대학원생의 선물이다. 대학원생은 공부가 직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교수는 대학원생의 진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종의 직장상사이다. 그래서 선물을 주는 대학원생 본인은 아무런 의도 없이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해도 받기가 불편한 것이다.


 .교수에게 선물을 생각하는 대학원생이 있다면, 나의 무구한 감사의 표시가 다른 대학원생들에게는 ‘나도 선물을 해야 하나’라는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볼 만하다. 교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선물로 표현하는 인성보다 동료를 위해 그 마음을 참을 줄 아는 인성이 열 배는 어렵고, 그래서 고귀하다. 전자는 미심쩍은 둘 사이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그치지만, 후자는 선물과 뇌물이 구분되지 않는 혼탁한 관행을 바꾸는 데 기여한다.


감사의 마음을 주체할 길 없어 기어코 선물을 해야겠다면, 말로 하시라. 참고로 내가 받은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의날 선물은 졸업한 지 수년이 지난 뒤에 받은 학부생의 짧은 감사 편지였다. 그래도 말에 실은 감사의 무게가 미심쩍어 기어코 물품으로 마음의 하중을 표시하고 싶으면 기다리시라. 교수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관계가 됐을 때 하시라. 이왕이면 교수가 정년퇴직하고 무료한 나날을 보낼 때, 방문 자체가 선물이 될 때 하시라. 그때는 마음의 크기를 선물의 크기로 표시해도 누구 하나 의심할 사람 없으니, 하려면 제대로 하시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선물의 이름으로 오고 가는 물품 혹은 금품 중에 선물로 봐서는 안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뇌물이다. 뇌물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다. 직무로 연결된 두 사람이 대가를 바라고 주고받는 것이 뇌물이다. 그런데 직무관련성은 겉으로 드러나 입증이 쉽지만, 대가성은 당사자들의 의도를 드러내야 하는 것이기에 입증이 어렵다. 이 때문에 대가성을 희석시키는 다양한 뇌물수수 방법이 등장한다.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법조계의 전관예우는 판사나 검사 재직 중에 선배 변호사에게 특혜를 주는 카르텔에 참여함으로써 퇴직 후 자신이 전관변호사가 되었을 때 파격적인 수임료란 형태로 한꺼번에 뇌물을 받아 챙기는 ‘보험식 뇌물’이다. 요즘은 퇴직 후 대형로펌이나 대기업에 좋은 조건으로 재취업하는 전직 고위관료가 늘어나면서 ‘보험식 뇌물’ 수수 여부가 공론의 도마에 올랐다. ‘보험식 뇌물’은 대가성 행위는 현직이 하고 뇌물은 전직이 받기 때문에 대가성 행위와 뇌물공여 자체의 관계가 차단된다. 형법상의 수뢰나 뇌물공여 범죄 자체가 성립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법을 다루는 전문가다운 솜씨 아닌가.


어쨌거나 뇌물수수는 공여자가 대가성 행위를 적극적으로 추구한 결과이다. 대개는 돈이 많은 자가 더 많은 돈을 손쉽게 벌기 위해 직무 권한이 큰 공직자를 매수하는 형태를 띤다. 강자들의 부당거래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민들이 일상에서 자주 체험하는 것은 뇌물이 아니라 ‘조공’이다. 조공은 과거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에 충성 서약의 징표로 갖다 바치던 선물이다. 선물의 얼굴을 한 현대판 조공은 직무관계상 ‘을’이 ‘갑’에게 갖다 바친다. 대가성은 없다. 단지 찍혀서 횡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 갖다 바친다.


뇌물의 동인이 욕심이라면 조공의 동인은 두려움이다. 조공이 관행화된 사회는 역설적으로 일상의 ‘갑질’이 다단계로 구조화된 사회다. 그 안에서 ‘을’들의 삶은 고통스럽다. 만인이 만인을 쥐어짜는 일상에 변화가 시작되려면 누군가 송곳처럼 조공을 거부해야 한다. 그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악역이다. 그래서 인격체가 아닌 법이 그 역할을 대신할 필요가 발생한다.


‘김영란법’은 현행법망으로 포획되지 않는 뇌물과 조공을 뿌리 뽑아 부정청탁을 일소하기 위한 것이다. 입법취지를 확대해석하면, 일상의 ‘갑질’을 일소하고 문화적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법이 최대한의 제도적 개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이 엄격하게 적용 된다면 ‘갑질’의 의지를 꺾어 놓고 ‘을’들에게는 조공을 피할 수 있는 명확한 명분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처에서 이 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부터 인간관계가 팍팍해진다는 우려까지 명분도 다양하다. 선물 제대로 주고받자는 데, 자기 밥값은 자기가 내자는 데 웬 딴지가 이렇게 많은 걸까? 김영란법은 선물의 정의를 ‘뇌물과 조공이 아닌 것’으로 정의해야 하는 병든 현실을 치유하는 유일한 처방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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