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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03 23:24
[매일신문-소리와 울림](2016.4.7)- 성매매라는 심연
 글쓴이 : 남지
조회 : 25  
[소리와 울림] 성매매라는 심연 



흔히 성매매는 두 가지 사회구조적 조건 속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빈부 차이를 의미하는 계급 격차와 남녀 간의 권력 차이를 의미하는 성 계급 격차가 바로 그것이다. 빈부 차이가 심하고 남녀 간의 권력 차이가 큰 사회일수록 사회 진출이 여의치 않은 가난한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서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도덕의 문란과 빈자에 대한 멸시가 더해지면 성매매가 더 기승을 부리게 된다.

요컨대 성매매는 성도덕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이 영향을 주지만, 자본주의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가부장제의 사회문화적 조건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성매매가 발생하는 이런 조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성매매에 대한 규범적 판단과 해결책의 방향은 복잡하게 엇갈린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의 성매매특별법 위헌 신청에 대한 판결은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모두 9명의 재판관 중 6명의 다수의견은 ‘합헌’, 2명의 소수의견은 ‘일부 위헌’, 한 명의 소수의견은 ‘위헌’으로 각각 달랐다.

다수의견은 ‘성은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는 성도덕의 확립을 우선적 가치로 가정하고 성매매를 그 자체로 부도덕하다고 본다. 그 때문에 성매매를 불가피한 경제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성매매를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은 과도한 법 적용이 아니다.

이 입장은 성매매가 자본주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부자이자 강자인 남성’에 의한 ‘빈자이자 약자인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라는 문제의식은 미미하다.

성매매를 구조적 폭력으로 보는 입장은 자발적 성매매도 구조적 강요로 전제하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가정한다. 그래서 구조적 폭력을 차단하기 위해 성매매 불법화를 고수하지만,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은 과도한 법 적용으로 본다. 성매매 알선 행위와 구매자에 대한 처벌만으로 불법화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 관련 인권단체가 견지하는 입장이고,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일부 위헌’ 의견을 낸 2인의 소수의견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입장은 성매매가 가진 구조적 폭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을 배려하고자 하는 타협의 산물이다. 

성매매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균적 입장은 ‘비범죄화’이다. ‘비범죄화’는 성매매 여성만을 처벌하지 않는 것부터 알선업자와 구매자 모두를 처벌하지 않는 것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지난해 국제앰네스티는 성매매 관련자 모두를 비범죄화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입장이 ‘합법화’와 다른 점은 국가가 어떤 형태든 개입하지 말고 성매매를 내버려두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상적 상거래에 준하는 국가의 관리감독을 일절 하지 말고 범죄로 처벌하지만 말자는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 성매매 판결에서 유일하게 ‘위헌’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의 입장은 국제앰네스티식 ‘비범죄화’와 상당 부분 겹친다. 하지만 동시에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가부장적 남성들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성매매 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배려하는 급진적 주장이 성매매할 권리를 주장하는 가부장적 남성의 입장과 해결책이 같아진다는 것이다.

그건 역설적으로 여성을 도구화하고 성매매 당사자를 멸시하는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가부장 문화가 법제도적 문제보다 성매매 문제의 해결에 더 큰 장애물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성매매가 구조적 폭력이고, 당사자 여성에게는 생존을 위한 노동이라는 점을 동시에 인정한다면,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를 출발점으로 사회적 조건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문제해결의 정도로 보인다. 돌봄노동과 같은 여성노동의 평가 절상, 사회 전체의 빈부 격차 완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남성의 성 의식 개선 등이 성매매 근절 정책에 포함돼야 한다.
 
 
남재일 경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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