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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03 23:34
[매일신문-소리와 울림](2016.2.12)- 샌더스 열풍과 '진박 역풍'
 글쓴이 : 남지
조회 : 24  
[소리와 울림] 샌더스 열풍과 ‘진박 역풍’

 
    지금 미국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주자 버니 샌더스 열풍으로 뜨겁다. 첫 경선지 아이오와주에서 상대 힐러리와 득표율 차이는 고작 0.2%포인트였고, 뉴햄프셔주는 압도적 표차로 이겼다.

이대로 상승세를 탄다면 ‘사회주의자 민주당 대선 후보’, 나아가 ‘사회주의자 미국 대통령’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미국 대선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비슷한 시기 한국의 대구는 ‘진박 역풍’이 불고 있다. ‘진박’(진실한 친박)은 대통령 주변의 친박 세력이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그 주변의 대구`경북 출신 현역의원을 이번 4`13 총선에서 대폭 물갈이하겠다는 의도로 만든 선거 프레임이다.

노림수는 ‘내가 더 대통령과 친하다’는 메시지를 내세워 박근혜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층을 선점하겠다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진박 마케팅’에 대한 대구 시민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는 진박 후보들이 현역의원들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나타난다.

새누리당 지지자이지만 진박 마케팅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토로하는 사람도 꽤 많다. “내가 대통령과 친하니 찍어달라는 것은 유권자를 대통령의 종처럼 보는 게 아니냐”는 거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면 대구 사람들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왔다 갔다 하는 생각 없는 사람들로 보일 게 아니냐”는 거다.

진박 역풍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였다. “내가 지금까지 누구를 찍었든 내 참정권의 방향을 당신 맘대로 정하진 말라”는 것, “새누리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의 대가가 친밀함을 가장한 무시냐”는 것이다.

유권자가 표를 주고 무시당하는 경우는 투표의 동기가 부러움 혹은 공포일 때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바람직한 투표는 유권자의 의지를 가장 잘 대변할 대리인을 뽑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되고 싶은 인물, 즉 외모, 학벌, 집안, 성격, 경제력 등을 고루 갖춘 잘난 사람들에 투표한다. 이런 투표 행태가 만연하면, 단지 잘난 인물과 적대하지 않거나 잘난 인물을 지지하는 다수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투표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즉 공포심이 투표의 중심적 동인이 되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은 이렇게 포획된 유권자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당선을 위해 그들을 애써 대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투표 행태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정당정치를 통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변화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원하는 다수의 의지는 분명한 정치적 요구를 형성하지도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변할 정치인이나 정당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투표를 통한 사회변화는 최소한 되고 싶은 인물이 아니라 나를 대변해 줄 인물을 찍는 투표가 이루어질 때나 가능하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요구사항이 정치적 대리인들에 의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니 샌더스 돌풍이 가능한 것은 청년실업과 심각한 부의 양극화로 사회진출과 동시에 좌절을 경험한 미국 20, 30대가 80%에 가까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 사회의 변화를 간절하게 요구하고 있고, 그러한 변화를 추진할 대리인으로 샌더스를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소속 변방 정치인 샌더스에 대한 폭발적 지지는 미국의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청년들은 조국을 헬조선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성 정치판에는 진즉 ‘새 정치’라는 해묵은 구호가 나돌았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건 새 정치를 내세우는 낡은 정치인이 아니라 실질적 변화를 주도할 ‘새 정치인’이다.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서 노동하는 사람들이 더 대접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사람 말이다.

진박 역풍이 새 정치인을 분별하는 눈 밝은 유권자의 등장을 예고하는 서막이길 기대해본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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