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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03 23:36
[매일신문-소리와 울림](2016.1.15)- 위안부와 두 개의 일본
 글쓴이 : 남지
조회 : 52  
[소리와 울림] 위안부와 두 개의 일본

 

겨울이면 폭설이 쏟아지는 외딴 마을의 간이역. 1932년에 지어진 이 역은 주변 인구가 줄어 손님이 거의 끊어지고 없다. 이용객은 마을의 여고 3학년 학생 한 명. 기차가 없으면 통학이 어려운 그녀를 위해 철도회사는 역 폐쇄를 유보했다.

기차는 여고생의 통학을 위해 오전 7시와 오후 5시 두 번 정차한다. 그녀가 올해 대학에 진학해 마을을 떠나는 3월 말경 역이 폐쇄된다고 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철도역 가미시라타키역 이야기다. “작은 소녀 한 사람을 위한 어른들의 배려가 감동적” “우리나라였으면 바로 폐쇄” “아이 낳으라고 말로만 떠들면서 도서지역 폐교 추진 중인 헬조선과는 천지차이네” “일본은 참 자국민한테는 잘해요”….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일본 철도회사의 품격에 대한 부러움과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 미담의 출처가 하필 일본인가라는 씁쓸함이 교차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을 대할 때 갖게 되는 이런 불편한 감정은 사실 일상적인 것이다. 국가와 국가가 만나면 한`일은 원수가 된다. 우리는 역사의 피해자로서 가해의 책임 인정과 사과에 소극적인 일본에 ‘국민적’ 분통을 터뜨린다.

하지만 개개인이 일본을 경험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요즘 같은 껄끄러운 한`일 관계 속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해외 여행지’로 오사카나 후쿠오카 같은 일본 도시가 꼽힌다. 일본에 대한 인상도 무척 긍정적이다. 일본인들의 친절함과 정직함에 놀라고 일본 상품의 섬세함에 감탄한다.

공적으로 적대하고 저주하면서 사적으로 인정하고 매료된다고 할까? 어쨌거나 이런 이중적인 감정은 심적 불편을 안겨주고, 이성적 판단을 방해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어떻게 하면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 현재의 일본을 좀 더 냉철하고 온당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여기 생각의 틀 하나를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우선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과거의 일본과 여고생을 배려하는 현재의 일본을 나누어 보길 권한다. 과거의 일본은 군국주의 이념에 도취돼 있던, 침략은 물론 국민을 전쟁 도구화하는 것도 쉬이 정당화하던 일본이다.

이 토양에서 여고생을 배려하는 마음이 배양될 리 없다. 그가 누구든, 여고생을 배려한 철도회사의 책임자는 군대 소유와 전쟁 금지를 명문화한 전후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가 만들어낸 ‘교양 있는 시민’이 아닐까? 평화헌법 체제에서 성장한 일본인 중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고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평화헌법 체제가 만든 일본 시민사회는 군국주의에 도취됐던 과거의 일본과는 다르다. 우리는 이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진정 적대할 것은 ‘일본’이 아니라 ‘군국주의 일본’이란 얘기다.

다음은 국가와 시민사회를 구분하길 권한다. 국가와 시민사회를 하나로 보면, 우리 눈에는 과거사 청산에 소극적인 아베 정권만 보이고 일본인들의 눈에는 ‘불가역적 협정’에 합의한 한국 정부만 눈에 들어올 것이다. 협상 무효를 외치는 숱한 한국 시민들과 양심적인 일본 시민들의 존재는 묻힐 것이다. 이 상황에선 어떤 소통과 공감의 실마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국가를 구분하면, 위안부 할머니들의 권리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일본에 양도한 한국 정부와, 과거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군국주의 일본에게서 폭력적 국가주의란 공통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나아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와 일본 시민사회의 연대와 공조를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에 호의적인 다른 시민사회의 협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칸트는 오래전에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폭력에 맞서기 위해 ‘세계시민’이란 개념을 생각했다. 국적에 관계없이 시민 인륜이란 보편적 가치를 축으로 하나가 되는 시민이 세계시민이다. 여전히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국가의 폭력에 맞설 방법이 이것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위안부 문제는 국가주의보다 세계시민의 상상력이 더 절실한 사안이다.


남재일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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