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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03 23:39
[경향신문-시대의 창](2016.1. 28)- '사실'보다 '정의'에 민감한 언론을 기대하며
 글쓴이 : 남지
조회 : 66  
[시대의 창]‘사실’보다 ‘정의’에 민감한 언론을 기대하며
남재일 | 경북대 교수
 
입력 : 2016.01.28 20:49:07 수정 : 2016.01.28 21:01:59
언론이 뉴스가 되는 일이 잦아졌다.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질의응답이 사전 각본임이 드러나 외신의 빈축을 산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문화방송 한 핵심 간부의 녹취록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이 녹취록은 문화방송 경영진의 파업조합원 부당해고, <100분토론> 및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자 지정 개입, 경력직 채용 시 지역차별 의혹 등 다양하고 심각한 파행을 담고 있다. 야당과 언론관련 단체들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문화방송 측은 ‘사실 무근’으로 논란을 일축했다. 나아가 녹취록을 임의로 편집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부 매체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한 지역신문이 5일 전에 보도한 ‘최민희 의원 선거법 위반 논란’ 기사를 녹취록 폭로 직후에 메인뉴스에 내보내 보복성 의혹마저 사고 있다. 공영방송의 경영이 이 정도면 공공성과는 아예 담을 쌓았다는 얘기다.


 .정권의 방송장악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익숙한 광경은 이런 것이다. 정권은 친정부적 보도를 주도할 탱크 같은 인물을 사장으로 찾는다. 이런 배역은 평소 동료들의 인정과 지지를 받기 어려운 인물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충성심 하나면 족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임명과정에 반발이 거세지만, 인사권을 이용해 저항하는 구성원을 잠재우고 나면 놀라울 정도의 편파보도가 등장한다. 현재 지상파는 이런 식으로 공정보도 의지로 충만한 구성원들은 뿌리 뽑히고, 통제에 순응하는 구성원들만 살아남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방송을 정상화하는 가장 우선적 방안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꿔 사장 임명과정에 정권의 입김을 배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금 전개되고 있는 방송의 파행은 정권의 회유에 일부 구성원이 공명한 결과이기도 하다. 원인의 한 축은 구성원 내부에 있다는 얘기다. 공정방송에 대한 내부의 공감과 연대가 충분히 강했다면 사장 한 명을 바꾸었다고 뉴스의 논조가 그토록 허무하게 변하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추측하건대 정권과 유착해 적극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기자·PD는 소수다. 해고를 무릅쓰고 저항하는 기자·PD도 소수다. 다수는 공정방송을 원하지만 불가피하게 순응한다. 이 구도에서 공정성 사수를 위한 싸움은 소수 저항적 기자·PD들의 희생으로 끝난다. 한국 언론사는 줄곧 그랬다. 그래서 관건은 언제나 ‘어떻게 다수가 공정방송에 대한 공감과 연대로 강하게 결속하느냐’일 수밖에 없다. 나는 이 결속을 방해하는 가장 큰 함정이 역설적으로, 기자들이 신봉하는 사실보도 이념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보도의 이념은 주관과 감정이 배제된 객관적 사실을 강조한다. 그래서 ‘기사를 어떻게 쓰느냐’는 주관과 감정을 배제하는 많은 기사작성의 규칙이 있다. 그러나 ‘무엇을 기사로 쓰느냐’는 뉴스 선택은 가이드라인이 없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쓰느냐’는 기자들의 상호견제가 확실하지만 ‘무엇을 쓰느냐’는 기자의 선택의 문제로 남는다. 그런데 언론이 공공성에 입각해서 ‘무엇을 쓰느냐’의 보편적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언론이 사회정의를 위해 어떤 불의와 싸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무엇을 쓰느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은 사회적 불의의 외면에 대해 기자 집단 내부의 상호견제가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보도 이념의 이런 허점은 불의와의 고단한 싸움을 동반하는 정의 대신 공허한 사실을 언론의 최고선으로 해석하고 안주할 수 있는 도피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형식적 사실에 몰두하면서 불의와의 대면을 피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사회적 정의에 대한 주관이 정립돼야 불의가 보이고, 불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불러오는 양심은 감정의 문제이다. 사실을 단순히 주관과 감정의 배제로 이해하면 양심과 정의감까지 외면하기 쉽다는 것이다. 공허한 사실은 양심이나 정의감보다 매체를 사유화하려는 사적 욕망과 더 친화적이다. 어떤 유형의 기자들에게 사실보도의 관행은 사실의 형식으로 자기주관과 감정, 정치적 성향을 다 드러내고도 책임을 피하는 도피처를 제공했다. 이런 기자들은 사장이 요구하는 친정부적 보도를 건조한 사실의 형태로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편집권 침해라는 불의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외부의 편집권 침해에 대해 강한 저항적 결속이 유지되려면 사회정의를 위해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공감과 연대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언론이 공허한 사실만을 퍼다 날라주기보다는 사회정의를 위해 더 많은 진실을 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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