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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07 16:49
[제시어 : 복수] 복수 멸종 시대
 글쓴이 : 류재현
조회 : 326  
복수 멸종 시대

 요즘 TV 드라마에는 복수가 넘쳐난다. 근래 불륜코드가 유행한 것처럼, 복수 코드가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바른’ 사랑이 지겨울 때쯤, ‘삐딱한’ 사랑이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그 뒤를 ‘복수’가 필연처럼 등장하는 식이다. 복수를 주제로 한 드라마는 이야기 전개도 빠르다. 드라마 속의 인물은 배신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복수를 계획한다. 한 회가 지나자마자 초췌했던 사내는 차가운 감성을 가진 말끔한 신사로 변해있다. 드라마는 복수를 보여 주기 위해 만들어지고, 시청자는 복수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는다.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주인공이 내놓는 광기 어린 복수는 극을 나아가게 하는 필수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

 TV 속의 복수 코드는 현실을 극단적이지만 가감 없이 드러내 준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는 허구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복수의 방식은 세상의 메커니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람들은 ‘피해와 충족’을 통해 나와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내가 피해 본 만큼 남을 끌어내리거나, 남이 충족된 만큼 내가 올라서서 화를 식히고 만족을 얻으려 한다. 끼어든 차에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고, 부와 권력을 쟁취해서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만큼 북한의 ‘보복 성전’은 사나워지고, 애플의 성과만큼 삼성은 더 치열해진다. 그렇게 복수는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인 동시에 세상을 움직이는 기제가 된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복수를 성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복수를 위해서는 자본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감옥살이’를 할 만큼의 각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야왕>에서 ‘하류’의 복수가 가능했던 것은 검사라는 ‘힘 있는 직업’이 있어 가능했다. 북한이 매번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는 이유도, 핵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한몫을 했다. 하루하루 살기 바쁜 일반 서민들은 복수를 위해서 시간을 낼 수도 없고, 마땅한 힘을 갖고 있지도 않다. 돈과 권력이 대물림되는 현실에서 값비싼 로스쿨에 막힌 가난한 고시생의 성공은 생각보다 더 쉽게 시들어간다. 개천에서 나서는 복수할 수 없기에 TV 속의 복수만 더 요란한지 모른다.

 정규직에 통렬한 복수를 하는 ‘미스 김’의 강단 있는 행동에 수많은 직장인이 환호하지만, 1시간짜리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내일의 출근을 걱정할 뿐이다. 고통받지만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단단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술과 담배로 복수하는 사람들 때문에 요즘 ‘주폭’이라는 말이 더 흥행하는 것일까.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은커녕, TV에나 화풀이해야 하는 현실에서, 복수는 덕이 부족한 사람들의 추태로 비하된다. 하지만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한 복수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구조에 대한 복수는 꼭 필요하다. 그것은 힘없는 대부분 국민의 화를 풀고, 발전을 가져올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의 복수는 하루하루 독해지지만 현실의 복수는 나날이 순해진다. 살던 집이 강제로 철거를 당해도, 부당하게 일자리를 빼앗겨도,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어도 복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TV를 통해 대리복수만 성행하는 현실에서 서민들이 복수할 수 있는 사회장치는 꼭 필요하다. 최고의 복수는 투표 한 장이라는 ‘민주주의 만능사회’에서 그 이상의 대안은 없는 것인가. 약자에 대한 지원과 차별 없는 성공이 복수가 되는 사회를 꿈꾼다. 우리는 지금 복수 멸종 시대에 살고 있다.  (1280자) 




<교수님 첨삭>


■ 총평

01. 재현이의 글은 정확한 '적'이 없다. 글을 좀 더 강하고 독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색이 분명히 드러나는 글을 배울 필요가 있다. 특히 장정일씨의 글을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02. 이 글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복수'를 더 세분화해서 '정교한 개념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글이 촘촘해지고 주장의 방향도 더 명확해질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 미학적인' 부분에 집중한 글쓰기를 해보라. 특히 PD직을 지망한다면 미학적인 글쓰기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 첨삭

01. 2문단에서 복수가 '질투' 로 보인다. 복수를 개념적으로 더 정교화 해보라. 크게 고민하지 않고 쓴 느낌이 역력하다.

(내가 피해 본 만큼 남을 끌어내리거나, 남이 충족된 만큼 내가 올라서서 화를 식히고 만족을 얻으려 한다. 끼어든 차에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고, 부와 권력을 쟁취해서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만큼 북한의 ‘보복 성전’은 사나워지고, 애플의 성과만큼 삼성은 더 치열해진다.)




<수정한 글>


복수 멸종 시대


 요즘 TV 드라마에는 복수가 넘쳐난다. 근래 불륜코드가 유행한 것처럼, 복수 코드가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바른’ 사랑이 지겨울 때쯤, ‘삐딱한’ 사랑이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그 뒤를 ‘복수’가 필연처럼 등장하는 식이다. 복수를 주제로 한 드라마는 이야기 전개도 빠르다. 드라마 속의 인물은 배신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복수를 계획한다. 한 회가 지나자마자 초췌했던 사내는 차가운 감성을 가진 말끔한 신사로 변해있다. 드라마는 복수를 보여 주기 위해 만들어지고, 시청자는 복수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는다.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주인공이 내놓는 광기 어린 복수는 극을 나아가게 하는 필수적인 동력으로 작용한다.

 TV 속의 복수 코드는 현실을 극단적이지만 가감 없이 드러내 준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는 허구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복수의 방식은 세상의 메커니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람들은 ‘피해와 충족’을 통해 나와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내가 피해 본 만큼 남을 끌어내리거나, 남이 충족된 만큼 내가 올라서서 화를 식히고 만족을 얻으려 한다. 끼어든 차에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고, 부와 권력을 쟁취해서 남에게 지지 않으려고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만큼 북한의 ‘보복 성전’은 사나워지고, 애플의 성과만큼 삼성은 더 치열해진다. 그렇게 복수는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인 동시에 세상을 움직이는 기제가 된다. 

 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복수를 성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복수를 위해서는 자본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감옥살이’를 할 만큼의 각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야왕>에서 ‘하류’의 복수가 가능했던 것은 검사라는 ‘힘 있는 직업’이 있어 가능했다. 북한이 매번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는 이유도, 핵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한몫을 했다. 하루하루 살기 바쁜 일반 서민들은 복수를 위해서 시간을 낼 수도 없고, 마땅한 힘을 갖고 있지도 않다. 돈과 권력이 대물림되는 현실에서 값비싼 로스쿨에 막힌 가난한 고시생의 성공은 생각보다 더 쉽게 시들어간다. 개천에서 나서는 복수할 수 없기에 TV 속의 복수만 더 요란한지 모른다.

 정규직에 통렬한 복수를 하는 ‘미스 김’의 강단 있는 행동에 수많은 직장인이 환호하지만, 1시간짜리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내일의 출근을 걱정할 뿐이다. 고통받지만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단단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술과 담배로 복수하는 사람들 때문에 요즘 ‘주폭’이라는 말이 더 흥행하는 것일까.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은커녕, TV에나 화풀이해야 하는 현실에서, 복수는 덕이 부족한 사람들의 추태로 비하된다. 하지만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에 의한 복수는 차치하더라도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구조에 대한 복수는 꼭 필요하다. 그것은 힘없는 대부분 국민의 화를 풀고, 발전을 가져올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TV 드라마의 복수는 하루하루 독해지지만 현실의 복수는 나날이 순해진다. 살던 집이 강제로 철거를 당해도, 부당하게 일자리를 빼앗겨도,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어도 복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TV를 통해 대리복수만 성행하는 현실에서 서민들이 복수할 수 있는 사회장치는 꼭 필요하다. 최고의 복수는 투표 한 장이라는 ‘민주주의 만능사회’에서 그 이상의 대안은 없는 것인가. 약자에 대한 지원과 차별 없는 성공이 복수가 되는 사회를 꿈꾼다. 우리는 지금 복수 멸종 시대에 살고 있다. (128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