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일의 홈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작성일 : 12-09-02 23:18
성폭행범
 글쓴이 : 남지
조회 : 318  
조선일보가 성폭행범 얼굴사진을 잘못게재했다 사과문을 실었다. 성폭행범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 논란이 분분하다. 한국 언론이 강력사건 피의자 얼굴 사진을 공개한 게 강호순 때부터인것 같은데, 요즘은 공개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가 그 이유인데....사실 알권리는 유권자인 시민인 대리인인 정부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성폭행범 얼굴사진에는 알권리 운운이 적당한 논거가 못된다. 얼굴 알아서 무엇하겠나. 분노심만 더 치솟지. 그래도 언론은 피의자에 대한 응징, 얼굴인식을 통한 예방 등의 이유를 내세우는데 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언론의 속내는 대중감정에 편승해서 분노를 풀 공간을 만들어 주면서 주목을 끌려는 목적이고, 정치적으로 이런 대처는 사회적 문제를 범인의 부도덕성으로 초점화 하는 효과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이런 대처는 정책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고, 다분히 대중추수적이다. 정작 언론이 짚어야 할 문제 왜 이렇게 성폭행이 지금 터져나오는지, 우리는 여기에 어떤 방식으로 연루돼 있는지, 이런 문제는 찾아볼 수 없다.
 성폭행범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우선은 군대문화의 연장선에 있는 한국의 남성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어릴때부터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여기는 숱한 문화적 환경에 노출된채 성장한 남성들이 성에 대해 갖는 의식은 한심한 수준이다. 굳이 성폭행을 하지 않더라도, 각종 성매매, 성추행, 성희롱등 한국은 정말 심각한 상태다. 이런 문화는 다시 한 지층 더 파고들어가면 결국은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이 만연한  문화의 한 하위형태에 불과하다. 그러니 일시적으로 처벌 강화를 외쳐봐야 전혀 개선이 안될 것은 뻔한 일이다. 사회적으로 완전격리시키지 못할 바엔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치료를 해서 교정을 해야 하는데, 이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임시방편으로 감방에 넣었다 꺼내봐야 다시 성폭행할 것이고, 인생이 망가질수록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 수법이 잔혹할 수 밖에 없다. 화학적 거세도 효과적은 대안이 안된다. 성폭행범 중 일부는 거세하면 대체 남근(칼이나 정 같은 살인도구 말이다.)을 들고 나올 확율이 높다.살인범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어설픈 처벌강화는 성폭행범을 양육하는 결과밖에 안된다.
 딸을 둔 사람들은 당장의 불안 때문에 처벌강화와 거세를 주장하지만, 전혀 대책이 안된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유일한 대책은 이런 것이 될텐데.....우선은 반드시 치료교정이 확실하게 뒷받침되는 전제에서 처벌을 강화하고, 그보다 더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은 성폭행의 촉매제와 교재가 되는 포르노에 대한 강경대응, 그릇된 남성문화에 대한 성찰적 담론의 확산, 남성들 자신이 성폭행 천국을 만든 사회에 어떻게 연루돼 있는지 각성해서 스스로 실천하고 주변을 변화시켜나가는 것이다.
 요즘 이상한 것은 문제만 터지면 대책을 내놓은데 그 실천의 주체는 언제나 '국가', '아니면 '사회'이다. 이 안에 정작 그들 자신, 대책을 목소리 높여 요구하는 사람들은 포함돼 있지않다. 이런 태도가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양육된 시민성의 유아성향이다. 내가 주체로 개입하지 않는 국가, 사회가 나를 위해 뭔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꿈깨야 할사람들이다. 이제 두고보라. 성폭행 대책도 또 다시 주체없는 소란한 구호들이 난무하고, 법무부 장관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이런저런 정책을 검토중이라고 정치적 발언을 하다가, 유아무야 되고....다시 엽기적인 성폭행이 터지기 전까지 언론도 까맣게 잊고 있을 것이다. 현실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을 터이다.
 그리고 한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이런 것이다. 성폭행범을 교정치료하는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대신 효과가 있다. 처벌강화는 비용이 적다.효과가 적고 역효과도 있다. 그래도 후자쪽으로 정책이 가는 것은 왜일까? 계급적 시선으로 보면 성폭행피해자는 여성이다. 어린이도 있고 할머니도 있다. 그런데 사회계급적으로 보면 그다지 부유한 계층이 아니다. 부유하고 힘있는 여자들은 보호막이 두터워 성폭행범에 노출될 확율이 적다.   한마디로 성폭행피해자는 사회적, 정치적 약자들이다. 조선일보 기사에 붙은 댓글 중에는 " 고위층의 딸이 성폭행당해야 처벌이 강화되고 대책이 나온다"는 삐딱한 발언도 있었는데, 일종의 계급적 시각이다. 일말의 진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여성주의자라면 보편적인 계급보다 성계급을 더 중심적 요인으로 지적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