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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0-15 23:10
자살자에 대한 오해
 글쓴이 : 남지
조회 : 233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100만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전쟁과 살인으로 죽는 사람들보다 많은 숫자다.
자살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강화되면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논리.
'자살은 신이 준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자살을 생명존중의 관점에서 생명을 부정하는 행위로 부각하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이런 강조가 산 사람들에게 자살예방 효과가 있을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살하지 않는 것은
생명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해서이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그 자체로 자살에 대한 충분한 예방책이 된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간직한 인간은 생명존중 따위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살과 관련해서 등장하는 '생명존중'이란 기표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본능적으로 신체에 새기고 있는 산자들이
자신의 죽음의 공포를 타자의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 미화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자살자를 보면서 생명에 대한 존중을 그렇게 절실하게 느끼는 존재들이라면
그렇게 수많은 전쟁살인에 대해 그토록 무감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자살자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인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동물이 어디있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죽음을 넘어서게 했을까?
아마 삶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그 좌절만이 삶을 떠나게 할 수 있는 힘을 주지 않았을까?
자살자는 생명이 하찮아서 죽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나치게 사랑해서 죽는 것이다.
벤야민이 파괴적 성격에 나오는 대목을 이런 사실을 암시한다.
"파괴적 성격은 자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생은 자살할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살한 벤야민이나, '자유죽음'의 저자 장 아메리나 글을 읽어보면, 누구보다 삶을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어쩌면 산 자들이 자살자의 등뒤에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행위라고 모독을 일삼는 것도
그들이 산 자들의 삶의 남루함, 목숨에 대한 집착과 살아있음의 저밀도와 무의미를 사라짐을 통해 지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