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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7-09 22:48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글쓴이 : 남지
조회 : 131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통을 겪는 세월호 생존자들이 방송에 나왔다.
치료되어야 할 질병,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증상은 공포, 불안, 과민각성, 죄의식 등이다.
이 질병은 처음에 전쟁참가자들에게서 주로 발견됐다.

그런데 지속적인 폭력상태에 노출된 이들에게서 보이던 증상이,
이제는 일시적인 재난이나 사고 상황 후에도 피해자들이 겪는 것으로 공식화되고 있다.
이 병이 폭넓게 적용되고 있는 것은 사고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신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증상 자체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개선될 수 있고, 피해자에게 그건 절실한 현실적 문제니까.

그런데 이 증상의 치료는, 다양한 의학적 기술이 동원되지만,
결국은 현장에서 피해자가 빠져나오도록, 기억을 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 현장, 전장, 재난의 현장, 범죄의 현장 등은 피해자가 잊고 싶은 현장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잊고 싶은 현장, 외면하고 싶은 현장이다.
 전장? 거기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며 적병을 살해한 병사들이 상처를 받는 진정한 이유는 뭘까?
공포 자체보다, 나는 그렇게 공포스러운 체험을 했는데, 세상은 멀쩡하지? 내가 왜 거기 있어야 했지? 등과 같은 억울함이 아닐까? 
오히려 멀쩡한 세상보다 적병에 대해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까지 가게되는 소외감.
설명하진 못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막연한 억울함,
부당한 사회구조 속에서 내가 악역에 동원되었구나, 나는 바보였구나라는 각성의 느낌이 없다면, 
현장의 즉물적 폭력성 만으로 그토록 고통스런 기억을 구성할 수가 있을까?  
 
그래서 이 증상의 질병화는  주체가 숨어버린 어떤 죄악의 경험자, 증인을 환자로 만들어
이 문제에서 '우리'의 연관성을 차단하고, 증언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자애로운 증인살해욕망'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도전할 수 없는 집단적 공모를 피해자가 의식할 때 느끼는 감정은 절대적 공포와 절망이다. 
아무도 나를 여기에서 구해주지 않는다는 확신이 전장에서 얻은 심리적 확신이다.
이 확신을 지속적으로 상기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벌이는 복잡합 심리적 퍼포먼스가 아마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아닐까.
 적어도 전쟁 피로증, 원래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만큼은. 

만약 이들에게 병원치료 대신, 그 악몽의 현장을 연출한 것은 우리라고, 당신의 고통은 우리가 만든 것이라고, 그들이 하고 싶지만 뱉어내지 못하는 말을, 우리가 대신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그래도 그런 증상이 지속될까?
 
마음이 고통을 처리하는데는 일정정도 시간이 걸린다.
자연스러운 경과라면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마음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이 증상이 치유되지 않고 지속되고 심화되는 것은 고통을 처리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
즉 고통에 대한 타자의 이해와 공감이 실재로는 끊임없이 지연되고 유보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그들은 막연히 느끼지만 분명히 알지 못해서
 밖으로는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속으로 독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고통스러운 독백이 신체에 스며들때 나타나는 증상, 그게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아닐까.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어떤 악들 속에서 다수가 빠져나오면서
소수의 경험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우리의 죄악이 기록된 그들의 육체를 비정상의 상태로 관리하는,
생명정치의 한 행태다. 

일본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에 나오는 대사,
'착한 사람은 다 죽는다 '는 의미는 이런 맥락에 잘 맞다.
 착하고 민감한 영혼일수록, 상처받는 타자의 얼굴을 오래 기억할 테니까
 전장의 경험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오래 자신을 괴롭히고 있을테니까.  

 베트남 전쟁에서 죽은 동료와 자신이 살해한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40년이 지난 지금도 미안해 하며 괴로워하는 그 할아버지를 우리는 단순히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